마음의 등불방

마음의 등불방 — 삶 속 깨달음과 신앙의 빛을 나누는 글

바쁜 하루 속, 마음의 등불 하나 켜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입니다.
짧은 글 한 줄,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의 빛이 스며들어, 조용히 하루를 밝힙니다.
오늘, 이 공간에서 내 안의 빛을 느끼고 서로에게 따스한 빛을 나누어보세요.

그분의 발자국을 따라

작성자
poh
작성일
2025-10-23 12:27
조회
128
그분의 발자국을 따라

요즘 나는 교회에서 진행 중인 제자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이 단어는 내게 그리 낯설지 않다.
20년 전, 시애틀에서 살던 시절에도 제자훈련 과정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젊었다. 믿음도, 인생도, 아직은 깊이를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저 ‘제자훈련’이라는 말을 또 다른 성경공부 과정쯤으로 생각했고,
주어진 과제를 하고, 출석을 채우며,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신앙인으로서의 배움”보다, “훈련을 끝냈다”는 사실에 더 안도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시작한 제자훈련은 전혀 다르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께서 독일의 한 교회에서 새롭게 개발된 제자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셨다.
기존의 매뉴얼보다 훨씬 깊고, 더 많은 시간과 헌신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처음 오리엔테이션 날, 나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속에 조용히 물었다.
“내가 과연 끝까지 이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중간에 포기하지는 않을까?”
솔직히 두려웠다. 내 나이도, 삶의 자리도, 마음의 여유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덧 두 달이 지나고, 놀랍게도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아니, 단순히 ‘남아 있다’기보다 ‘변화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말씀을 배우는 시간이 내 일상에 스며들고, 기도의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무엇보다 내 안의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 중심으로 살아왔는지,
얼마나 하나님을 내 삶의 한 구석에만 모셔두었는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나, 모태신앙인으로 자랐다.
60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그저 ‘주일을 성실히 지키는 종교인’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예배당 안에서는 경건했지만,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
세상 속에서는 여전히 나의 뜻과 생각이 우선이었다.
신앙은 내 삶의 일부였지만, 내 삶의 중심은 아니었다.

그런 내가 이제 제자훈련을 통해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말씀을 배우며 내가 얼마나 변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기도 가운데 내 안의 교만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예전에는 성경 속 인물들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들의 갈등과 연약함 속에서 내 모습을 본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때, 나 또한 함께 무릎을 꿇게 된다.

하루는 훈련 중에 이런 구절이 마음을 깊이 울렸다.
“너희는 나를 따르라.”
그 단순하고도 강렬한 말씀 한마디가
내 안의 오래된 신앙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저 ‘믿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을 닮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다짐한다.
이 제자훈련이 끝나더라도, 나 혼자서라도 계속 이 길을 가리라고.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며, 내 이웃을 사랑하고,
믿지 않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겠다고.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살아야 할 이유이며,
하나님이 내게 다시 이 시간을 허락하신 뜻이라 믿기 때문이다.

때로는 피곤하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작은 음성을 듣는다.

“얘야, 네가 나를 따르기 원하느냐?”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오늘도 고백한다.
“주님, 제가 주님을 따르길 원합니다.
제 안에 남은 나의 욕심과 두려움을 비우고,
오직 주님의 뜻을 좇는 제자로 살게 하소서.”

그리고 그 기도를 마칠 때면,
내 마음 어딘가에서 잔잔한 평안이 흘러온다.
마치 주님이 미소 지으며
“그래, 잘하고 있다.”
속삭여 주시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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