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들, 그리고 깨달음

오늘 밤, 조용히 텔레비전 앞에 앉아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화면에는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아이들의 삶이 담담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작은 아이들은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자라야만 했다.
한 마디 말조차 통하지 않던 어린 시절, 누군가의 품을 그리워하며 밤마다 눈물 흘렸을 그들의 시간.
그 모습은 화면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마음에 전해졌다.

어떤 아이는 차가운 고아원 앞에 조용히 놓여졌고,
그 순간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낙인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다.
그 부모를 원망하며 평생을 살아온 아이도 있었고, 오히려 그 부모의 체온 한 번 느껴보지 못한 채
애타게 그 존재를 그리워하며 살아온 아이도 있었다.

같은 민족, 같은 피를 나누었지만 그들의 감정은 너무도 달랐다.
분노와 그리움, 체념과 희망이 엇갈리며 각자의 인생 속에서 고요한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들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다. 그 아이들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였을까.
단지 생물학적인 시작일 뿐일까, 아니면 평생 마음 깊은 곳에서 묻혀 있던 질문과 상처의 근원이었을까.

그 아이들의 삶에 '부모'라는 단어는 너무도 복잡했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존재가 한낱 짐짝처럼 버려졌다고 느꼈고,
또 어떤 아이는 “왜 나를 떠나야만 했는가”라는 질문을 평생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갔다.
잠들기 전 침대 맡에서, 조용한 창가에서,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느껴지는 그 텅 빈 자리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말미에는 오랜 세월 자식을 찾아 헤매 온 부모의 이야기가 나왔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자식을 찾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품에 안고,
혹시 어디선가 닮은 얼굴을 마주칠까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걷고 또 걸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후회와 애절한 사랑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은 더 이상 텔레비전 속의 장면이 아니었다. 어느새 내 가슴 안으로 들어와 조용히 마음을 두드렸다.

그때 문득, 한 분의 존재가 내 마음에 떠올랐다.
나의 아버지, 하나님.

우리는 종종 이유도 모른 채 하나님을 떠난다. 세상이 더 화려하고, 더 나아 보이기에
그분의 손을 뿌리치고 내 뜻과 욕망을 좇아 길을 나선다. 마치 다큐 속의 어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했던 것처럼, 아니, 어쩌면 이유조차 없이 외면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다르다. 우리가 등을 돌리고 떠나도 그분은 결코 포기하지 않으신다.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험한 산을 넘고, 깊은 어둠 속을 지나 끝끝내 우리를 찾아 헤매신다.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얼마나 멀리 떠나 있든, 돌아올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열어 두신다.
어느 날 갑자기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언제나 그 자리, 변함없는 사랑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 장면들을 보며 나는 하나님께 대한 깊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밀려 올라왔다.
나 역시 그 아이들처럼 때로는 방황했고,
자신의 고집과 생각으로 하나님의 손을 뿌리치고 살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한 번도 나를 놓지 않으셨다. 기다리셨고, 인내하셨고, 다시 손을 내밀어 주셨다.

오늘 이 밤, 나는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다짐해본다.
하나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이 세상이 아무리 흔들리고,
내 마음이 무너질지라도 하나님의 품 안에서 살아가겠다고.

오늘 본 그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방송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기다림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떤 말보다, 어떤 장면보다 더 깊이 내 영혼을 울렸다.

그래서 오늘 밤, 나는 다시 기도한다.
하나님, 내가 방황할 때에도 결코 나를 놓지 않으시고, 포기하지 않으시고,
그 사랑으로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