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방

마음의 등불방 — 삶 속 깨달음과 신앙의 빛을 나누는 글

바쁜 하루 속, 마음의 등불 하나 켜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입니다.
짧은 글 한 줄,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의 빛이 스며들어, 조용히 하루를 밝힙니다.
오늘, 이 공간에서 내 안의 빛을 느끼고 서로에게 따스한 빛을 나누어보세요.

함께 걷는 길 위에

작성자
poh
작성일
2025-12-08 21:58
조회
51
함께 걷는 길 위에

이른 아침, 나는 소파에 앉아서 묵상을 하고 있었다.
채 커피도 마시기 전의 그 고요한 시간, 2층 계단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굿모닝.”
짧고 평범한 인사. 하지만 그 순간, 아내의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오랜 세월을 담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듯 떠올랐다.

나는 아내의 과거를 들어서 알고 있다. 아니, 다 알지는 못해도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 말없이 견뎌온 시간들을 통해 조금씩 짐작해왔다. 육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동생들을 돌보며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 다는 이야기. 추운 겨울날, 손이 틀어 터지는 것도 아픔이라기보다 일상이었던 그 시절. “명태를 손질했지. 눈 오는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아내는 담담히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겨울보다 더 매서운 삶이 숨어 있었다.

어린 소녀가 고무대야에 연탄을 담아 머리에 이고 가파른 언덕을 넘어가는 모습, 높은 언덕을 넘어 시내를 지나 시장터를 가로질러 빨래터로 향하는 모습,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서 조용히 빨래를 하며 어깨를 움츠렸던 그 아이. 나는 그런 그녀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저릿해진다. 안쓰럽고, 또 대견스럽다.
어떻게 그런 삶을 견디며 지금처럼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녀의 고단한 인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젊은 날,
잘못된 결혼으로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되었다.
말없이 참으며 속을 끓였던 시간,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의 거친 말투에 또 한 번 마음을 다치던 날들.
그녀는 삶에서 단 한 순간도 ‘마냥 행복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땐, 그냥 살아야 했어요.”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그녀가 잃어버린 시간,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 말 못 하고 삼켜야 했던 고통의 순간들을 조금씩 덮어주겠다고. 이제라도, 그녀의 남은 삶에 따뜻한 햇살을 심어주고 싶다.
함께 나누는 밥 한 끼 속에, 함께 걷는 길가의 풀꽃 사이에, 함께 드리는 기도의 숨결 속에.

그러나 나의 바람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건, 우리가 함께 하나님을 섬기며 살아가는 삶이다. 이 세상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질 때,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잡고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말할 수 있기를 “여기까지 오느라, 참 수고 많았어요.” “그래도 우리, 함께여서 참 감사했어요.”

오늘 아침도 그녀는 말없이 커피를 내리고, 된장을 풀고, 식탁을 차린다. 나는 그 뒤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하나님, 이 여인을 지켜주소서. 그리고 저로 하여금, 그 삶에 작은 기쁨이 되게 하소서.”

우리는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간다.
과거를 딛고, 믿음을 붙잡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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