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과 나 사이, 한 줄기 글이 흐른다

요즘 나는 글을 쓰는 기쁨에 깊이 빠져 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것만 같다.
펜을 손에 쥐고 종이 위에 단어들을 옮겨 적을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기쁨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따뜻하다. 나 안에 이런 열정이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새롭고 놀랍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는 사람 곁에 서 있던 사람이었다.
시를 쓰던 아내의 곁에서, 나는 늘 조용히 그녀의 시를 읽고 감상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내가 내뱉는 언어의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며, 나는 감상의 자리에서만 머물렀다.
창작은 그녀의 것이었고, 나는 그저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펜을 들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몇 줄 끄적이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를 반복하고, 문장이 자꾸만 어설퍼 보여 다시 쓰기를 거듭했다.
그러나 바로 그 과정 속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내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캔버스 위에서 물감이 번져가듯, 내 안의 생각과 믿음이 언어로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원래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색을 섞고 선을 그으며 마음의 풍경을 화면 위에 옮겨놓는 일은 내게 오랫동안 큰 기쁨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또 다른 붓을 손에 쥐고 있다. 물감 대신 단어를, 종이 위에 선 대신 문장을 그려 넣으며, 나는 글이라는 또 하나의 예술로 나를 표현하고 있다. 수필을 쓰고, 시를 쓰고, 때로는 짧은 묵상 글을 적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내가 쓰는 글의 중심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계신다. 나의 시작이자 끝이 되시고,
모든 것의 이유가 되시는 하나님. 나는 글을 통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싶다.
내 글이, 내 마음이, 내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든 단어들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조용한 찬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문장의 완성도도, 표현의 깊이도, 어휘의 넓이도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부족함마저도 하나님의 은혜로 덮인다는 사실이 내게 용기를 준다.
그래서 나는 다시 펜을 들어 쓴다. 더 나은 문장을 향한 노력은 단지 기술적인 향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더 가까이 나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때때로 나는 불안하다. ‘내 글이 과연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밀려올 때면, 한없이 작아지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하나님은 내 마음에 조용히 말씀하시는 듯하다. “내가 너에게 글을 쓰게 한 이유가 있다.” 그 음성이 내 안에 메아리칠 때,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펜을 들어 나를 부르신 하나님을 기억하며.

내 작은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지친 영혼에 잠시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기를,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라도 하나님을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 되기를 바란다. 내 글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하나님께로 이끄는 길이 된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과 기쁨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여정을 감사함으로 걸어간다. 하나님께서 내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주셨고,
그 마음을 통해 찬양하며 묵상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하나님, 저를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사용하여 주옵소서.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 안는 문장,
당신을 더 깊이 사랑하게 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나는 분명히 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를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의 고백이고, 믿음의 행위이며, 하나님께 드리는 또 하나의 예배다.
오늘도 하나님과 나 사이에는 조용한 한 줄의 글이 흐르고 있다. 그 글을 따라, 나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하나님께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글을 써 내려가고 계심을, 깊이 느끼며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