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방

마음의 등불방 — 삶 속 깨달음과 신앙의 빛을 나누는 글

바쁜 하루 속, 마음의 등불 하나 켜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입니다.
짧은 글 한 줄,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의 빛이 스며들어, 조용히 하루를 밝힙니다.
오늘, 이 공간에서 내 안의 빛을 느끼고 서로에게 따스한 빛을 나누어보세요.

갈비찜 앞에서 깨달은 사랑

작성자
poh
작성일
2025-10-21 00:56
조회
31
갈비찜 앞에서 깨달은 사랑

오늘 아침, 식탁 위에 돼지 갈비찜이 올랐다.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짙은 갈색 양념이 고기에 잘 배어 윤기가 흘렀다. 이른 아침부터 정성을 들여 준비했을 아내의 손길이 느껴졌다. 무심코 앉아 젓가락을 들고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럽게 익은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풀리며 짭조름한 양념과 어우러졌다. 맛있다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갈비를 씹으며 문득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아담을 위해 갈비뼈 하나를 취하셔서 여자인 이브를 지으셨다는 이야기. 온 세상에 홀로 있던 아담에게, 배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시고 직접 그의 갈비에서 여자를 만드신 그 창조의 장면은 늘 경이로웠지만, 오늘 아침 그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왜 하필이면 ‘갈비뼈’였을까? 왜 머리뼈도 아니고, 발의 뼈도 아니고, 하필이면 가슴 가까이 위치한 갈비뼈였을까? 갈비뼈는 심장을 보호하는 중요한 뼈다. 사람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위를 감싸는 그 뼈에서 여자를 만드셨다는 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얼마나 귀한 존재이며,
가슴 깊이 품어야 할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갈비찜의 고기가 내 몸에 들어와 피가 되고 살이 되어 나를 살아가게 하듯이, 나의 아내 또한 나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내 하루하루를 지탱해주는 존재다. 겉으로는 몰라도,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그녀의 존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녀는 때때로 말없이 식탁을 차리고, 나의 하루를 묻고, 내가 지친 날이면 조용히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어준다. 내가 내뱉는 짧은 말 속에서도 그녀는 내 마음을 읽으려 하고, 내가 말하지 못한 슬픔도 알아차리려 애쓴다.

그녀는 나의 일부다. 단순한 아내, 혹은 동반자라는 말로는 부족한, 나의 분신이다. 나의 기쁨이 그녀에게로 흘러가고, 그녀의 눈물이 나의 가슴을 적신다. 함께 웃고 함께 울며,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쌓여 우리라는 이름이 되었다.

이런 사람을, 이런 귀한 존재를 내게 보내주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그분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저 혼자가 아니게 해주셔서 감사한 것이 아니다. 내 갈비에서 나온 듯한, 내 마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 쉬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신 은혜에 고개를 숙인다.

오늘 아침, 그저 평범한 식탁 위의 갈비찜 한 그릇 앞에서, 나는 내 삶의 본질적인 행복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사랑이란, 이렇게 일상의 식탁 위에서 피어나는 것이고, 감사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 것이란 걸.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되뇐다.
“당신은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야. 그리고 그 선물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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