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등불방

마음의 등불방 — 삶 속 깨달음과 신앙의 빛을 나누는 글

바쁜 하루 속, 마음의 등불 하나 켜고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입니다.
짧은 글 한 줄, 작은 이야기 하나에도 마음의 빛이 스며들어, 조용히 하루를 밝힙니다.
오늘, 이 공간에서 내 안의 빛을 느끼고 서로에게 따스한 빛을 나누어보세요.

괜찮아

작성자
poh
작성일
2025-10-20 02:43
조회
32
괜찮아

오늘은 아내를 에클레시아 캔디로 보내고 나서야, 오후 4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주일 오후는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바쁘다. 오늘도 그랬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샤워로 온종일 쌓인 피로를 씻어내고,
아직 따뜻한 물기가 채 마르기 전에 책상 앞에 앉았다.
눈을 잠시 감고 묵상에 잠기려던 순간, 며칠 전 들었던 목사님의 설교 한 구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장애를 가진 한 소녀와 동네의 엿장수, 그리고 그들이 나눈 짧은 대화. 단 세 글자, “괜찮아.”
엿장수는 무심한 듯 그러나 깊은 애정으로 소녀에게 그 말을 건넸다. 그 짧은 위로는 마치 따뜻한 손길처럼 소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내려앉았고, 그 자리에 씨앗처럼 뿌리를 내려 수십 년 동안 자라나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소녀는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남을 이해하는 지혜가 되었고, 상처는 공감의 언어가 되었다. 마침내 그녀는 강단 위에 서서, 자신처럼 불완전함을 가진 학생들에게 사랑과 지식을 전하는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나는 생각했다.
“괜찮아”라는 말은 너무 흔해서 때로는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이 짧은 위로가, 때로는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내 마음에 내려앉은 “괜찮아”는 그 어떤 거창한 말보다 더 묵직했고, 어떤 수식보다 더 따뜻했다. 아마도 이제야 내가 그 말의 진짜 무게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나는 ‘감사’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늘 품고 살아왔다. 감사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맑게 닦아주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옆에 ‘괜찮아’라는 말을 조용히 나란히 놓고 싶다. 감사가 삶을 밝게 비추는 햇살이라면, 괜찮아는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는 그늘진 나무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성경 어디를 펼쳐도, 삶의 어느 골목을 돌아봐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괜찮아. 나는 너를 알고 있고, 너는 여전히 내 사랑하는 자녀야.”
그 음성은 소리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결처럼 잔잔히 들려오기에, 우리는 종종 그 소리를 놓친다. 삶의 분주함 속에서, 실수와 죄책감 속에서, 우리는 그 음성을 바람이나 착각이라 여기며 외면한다. 때로는 그 말을 듣는 것이 오히려 두려워 외면하기도 한다.그러나 하나님의 “괜찮아”는 죄를 덮는 얇은 포장지가 아니다. 그것은 상처 난 마음에 붕대를 감아주는 손길이며, 회개의 길목에서 다시 걸어갈 용기를 주는 든든한 지팡이다. 잘못을 지적하는 대신, 먼저 품어주고, 그 품 안에서 변화의 용기를 얻게 하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위로의 말에 익숙해져 왔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누군가의 다정한 “괜찮아”가 울음을 멈추게 했고,
시험에 떨어져 눈물을 쏟았을 때, “괜찮아, 다음이 있어”라는 말 한마디가 등을 토닥였다.
심지어 이유 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도, 그 말 한마디는 기적처럼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런 말이 내게 힘이 되었듯,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건넬 차례다.

앞으로 나는 내 일상 속에서 더 자주 이 말을 꺼내고 싶다.
가까운 이와의 대화 속에서, 기도 중에 하나님께 아뢰는 문장 속에서, 그리고 아직 만나지 않은 낯선 이에게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괜찮아.” 세 글자지만 그 안에 담긴 위로와 회복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그 말이 삶을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엿장수의 무심한 위로가 소녀의 삶을 바꾸었듯, 나의 “괜찮아”도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달래는 위로의 씨앗이 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께서 거듭 들려주시는 그 조용한 속삭임, “괜찮아”
오늘 책상 앞에서, 고요한 묵상 가운데 내가 새롭게 깨달은 은혜의 말이다.
그 은혜는 크고 웅장하지 않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마치 오랜 친구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그 은혜의 말 한마디를 품고, 내일의 삶 속으로 다시 걸어 나가려 한다.
전체 1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17
더 늦기 전에
poh | 2025.11.06 | 추천 1 | 조회 7
poh 2025.11.06 1 7
16
예민해서 그래요
poh | 2025.11.03 | 추천 2 | 조회 9
poh 2025.11.03 2 9
15
지금, 이 순간이 선교의 시간이다
poh | 2025.10.31 | 추천 2 | 조회 11
poh 2025.10.31 2 11
14
침묵 속의 예배
poh | 2025.10.28 | 추천 3 | 조회 13
poh 2025.10.28 3 13
13
낙엽 위에 새겨진 기도
poh | 2025.10.27 | 추천 3 | 조회 15
poh 2025.10.27 3 15
12
죄를 짓는 사람이 기도하는 것과, 기도하는 사람이 죄를 짓는 것
poh | 2025.10.26 | 추천 3 | 조회 19
poh 2025.10.26 3 19
11
하나님과 나 사이, 한 줄기 글이 흐른다
poh | 2025.10.25 | 추천 4 | 조회 22
poh 2025.10.25 4 22
10
그분의 발자국을 따라
poh | 2025.10.23 | 추천 4 | 조회 23
poh 2025.10.23 4 23
9
하나님 나라 vs 세상 나라
poh | 2025.10.22 | 추천 4 | 조회 26
poh 2025.10.22 4 26
8
갈비찜 앞에서 깨달은 사랑
poh | 2025.10.21 | 추천 5 | 조회 30
poh 2025.10.21 5 30
7
괜찮아
poh | 2025.10.20 | 추천 5 | 조회 32
poh 2025.10.20 5 32
6
기대라는 이름으로 드리는 하루의 기도
poh | 2025.10.18 | 추천 4 | 조회 34
poh 2025.10.18 4 34
5
흙 위에 피어난 마음
poh | 2025.10.17 | 추천 5 | 조회 36
poh 2025.10.17 5 36
4
잃어버린 아이들, 그리고 깨달음
poh | 2025.10.15 | 추천 3 | 조회 37
poh 2025.10.15 3 37
3
잃고 나서 피어난 맛
poh | 2025.10.14 | 추천 3 | 조회 37
poh 2025.10.14 3 37
2
설거지 시간의 기도
poh | 2025.10.14 | 추천 4 | 조회 41
poh 2025.10.14 4 41
1
마음 속 앱스토어
poh | 2025.10.13 | 추천 5 | 조회 43
poh 2025.10.13 5 43

최신글

Welcome Back!

Login to your account below

Retrieve your password

Please enter your username or email address to reset your password.

Add New Playlist